광장에서 맺은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우리는 지난 12월부터 윤석열 파면과 사회대개혁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한마음으로 광장에 섰습니다. 추운 겨울, 남태령과 한강진에서 함께 목소리를 높였던 그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함께 외치고, 함께 움직였던 동지로서, 그때의 뜨거운 연대와 약속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파면 이후 민주노총 유튜브 콘텐츠 '양식당'에 초대되어 위원장께서 내주신 음식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파면을 기념하며 내주신 '파 면', 그리고 남태령과 한강진에서의 추웠던 시간을 기억하며 몸을 따스히 달래준 '조개탕'까지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위원장께선 그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들, 약속들은 기억에 남으시는가요? 광장에서 이어진 동지의 연, 앞으로도 함께 하자던 그 다짐들 말입니다. "사회대개혁을 위해 함께 소리를 내고 행동하자. 노동자와 약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 광장의 목소리를 계속 이어나가자"던 그 약속들이 공허한 구호로만 남지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직도 움직입니다. 5월 1일 세계노동자대회에서도 우리는 만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화오션 하청노동 해고자 김형수 동지의 고공농성장 앞에서도, 세종호텔 해고자 고진수 동지 고공농성장 앞에서도, 한국옵티컬 해고노동자 박정혜 동지 앞에서도, A학교 성폭력을 고발한 공익제보교사 지혜복 동지 앞에서도 저는 움직이고 행동하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은 우리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까?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까?
양경수 위원장이 2023년 8월 23일 올린 인스타그램 글을 기억합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국회를 향해 외치며 기득권 양당의 폐해를 다시금 실감했다는 소회를 밝히셨지요. 그때만 해도 민주노총은 기득권 양당에 맞서는 입장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민주당과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은 차별금지법 앞에서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부자증세에 부정적인 입장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이재명의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민주노총과 상이했습니다. 민주노총이 노동권과 약자 권익,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치는 동안, 민주당은 정작 중요한 이슈에서 유보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차별금지법도, 중대재해처벌법도, 부자증세도 모두 찬성하며 민주노총의 가치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언제나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었고, 그 가치는 민주노총의 방향성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77차 대의원회의에서 보수 정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스스로 정한 방침이었습니다. 민주노총에게 보수 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입니다. 거대양당입니다.
그럼에도 왜 민주노총 지도부와 양경수 위원장은 스스로 보수 정당, 폐해를 경험한 기득권 정당의 손을 들어주지 못해 안달이 났습니까?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한 권영국 변호사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민주노총 초대 법률원장을 역임했으며, 오랜 시간 민주노총의 재판에서, 현장에서 싸워온 노동자들의 변호를 맡아온 동지입니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법정에서 싸워온 그의 이력은 민주노총의 가치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대선 후보로 나섰습니다. 민주노총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 민주노총의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해온 인물이 진보정당의 깃발을 들고 나선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노동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권영국 변호사에게,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힘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노총의 대선 방침이 반드시 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방침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는 보수정당에 굴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선다. 우리는 사회대개혁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지켜야 할 상징성과 책임입니다.
정말 늦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올바른 대선 방침을 정하십시오. 민주노총이 다시금 광장의 약속을 이어가고, 노동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촉구합니다. 지도부와 양경수 위원장이 진정으로 동지들과의 약속, 그리고 민주노총의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광장에서 맺은 약속, 동지적 연대의 정신을 되살려 주십시오. 민주노총이 진정한 노동자의 조직으로서의 길을 걸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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